'SNCF'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4.18 천로역정 (7)
여행2011. 4. 18. 07:29


예정된 출발시각은 금요일 오전 8시 30분, 바르셀로나에는 4시간 후 점심무렵 도착 예정이었다. 64,000원짜리 유로라인 버스표도 2인분 예매했다. 그러나 자매는 표는 날리고, 바르셀로나에는 밤 10시반에 도착했다. 

발단은 아침 7시에 집에서 나오며 가볍게 던진 질문 하나. 그러나 이미 싸움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던 바, 버스에서 언성은 1단계 높아지고, 트램에서 2단계로 높아지다가, 유로라인 버스정류장에서는 강을 건넜다. 바게뜨 샌드위치와 사과를 꺼내 먹으면서 잦아드는가 싶더니, 자매는 너의 나쁜 뿌리를 뽑겠다며 이를 갈았다. 망할 놈의 유로라인은 벌써 한시간이나 연착되고 있었는데, 그러다 9시 40분경 주위를 둘러보니 바르셀로나 행 미국인 여행객 무리가 보이지 않았다. 싸움의 정점을 달리던 피크의 5분 사이에 그 큰 버스가 눈앞에서 유유히 지나간 것. 망연자실했다. 서로의 치명적 약점을 이미 알고 있는 사이에서 싸움은 한 순간에 점화될수도, 한순간에 꺼질 수도 있는 것을. 

1인은 카페인을 급수하러 까페를 찾아가고, 1인은 충격속에서 유로라인 사무실 앞에 쭈그리고 앉아 직원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미 티켓에 환불, 취소가 안된다고 써 있다. 직원이라고 용뿔 자매를 용서해줄 리 있을까. 1시간이나 연착한 것에 대해 항의라도 할만 했으나, 민망함은 수습이 안 됐다. 우두커니 30분을 정류장에 앉아 있다가 자리를 옮겼다. 어느덧 시간은 11시. 해는 중천, 낮기온 28도.

기차역 앞 pc방에서 어색하게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구했다. 유로라인 당일 오후 시간대는 예약이 불가하고, 내일 아침에 다시 타볼까 했지만 그 정류장에 다시 가고 싶지가 않다. 몽펠리에에서 바르셀로나 가는 기차를 검색하니, 아뿔싸 1분 남았구나. 옌장 회한에서 맘대로 벗어날 수도 없다. 구글 지도를 열어 몽펠리에에서 바르셀로나 가는 길을 이어보고 경로가 될 만한 도시를 기차사이트에서 검색한다. 행로가 꼬일 수록 기차값은 뛰고, pc방 타임은 빨리 떨어지고, 들이부어야 할 아이스티 병수는 늘어가누나.


그리하여 1시 45분. 자매는 반성의 도시, 페르피냥에 내려졌다.


여기서는 살인적인 햇살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글이글이글.... 너희를 잡아 먹겠다! 네네네네 저희를 잡아 드십시오
 


페르피냥은 피레네 산맥 인근 도시로 유명하다. 스키타러 가는 곳. 그러나 저 멀리 보이는 설산은, 말리는 시누이일 뿐.
 


죄인은 점퍼를 벗었다. 니트 긴팔 옷도 벗어 넣었다. 가방은 형벌처럼 무거워지고, 청바지와 양말엔 땀이 밴다.
 


대부분의 식당은 점심시간을 넘긴 시간, 겨우 주어진 식사는 뜨겁게 달궈진 피자. 안에서는 콜레스테롤 노른자가 흘렀다. 저는 고지혈증 위험군이란 말입니다... 그 입 다물고 먹지 못할까!
 


페르피냥 구경은 솔직히 조금 좋았다. 죄인들에게도 인권은 있기에. 흠... 그러나, 반성은 계속된다. 
자매는 저녁 6시 40분, 성찰의 도시 포트부에 내려졌다. 


처음으로 밟게 된 스페인 땅이, 구글 지도에 한글 이름도 안 뜨는 작은 마을 포트부portbou인 의미를 정녕 알겠느냐?   


"아니.... 이 여권은?! 너희들이 바로 아침에 대판 싸웠다는 그 자매입니까?" "그렇습니다"


역은 산 속에, 마을은 산 아래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라, 하심하라. 마음을 내려 놓으라. 예이~~~~


마을은 지중해에 인접해 좋은 집들이 산중턱에 우수수했으나, 마을 앞까지 들이차는 물은 고요하게 이를 데 없다. 이토록 조용한 마을을 본 적은.... 천수만 옆에 자리한 안면도의 황도.. 그 때도 한 어린 귀인이 물고기를 잡았다 놓아주고 잡았다가 놓아주고 있었지.


나무 한 그루를 품고 지어진 작은 호텔. 아무리 흉하고 매미가 울어제끼다 객실에 날아든다 해도, 존재만으로 소중하니라. 


운전칸, 2등칸, 1등칸 총 3칸 짜리 열차가 열린다. 이제 너희 갈 곳을 향해 가도 좋으니라. 굽이 굽이 가는 길, 덜커덩을 잊지 말거라. 명심하겠습니다.


열차는 과연 덜커덩 덜커덩하였다. 해안을 따라 달리다, 틈틈이 터널을 지나고, 멀리서는 석양이 비춰온다.


잠시 멈춰선 간이역은 랑카. 이곳은 M이 묵은 적 있다고 추억하던 그 마을이 아니런가. M은 쏘녀의 옛날 애인이다.. (이 랑카가 그 랑카가 아님이 추후 밝혀졌다. 깔대기야, 왜 나를 따라다니니)   
 


반성, 성찰, 주마등... 그 끝에는 골아 떨어짊이 있다. 공자님을 만나뵈어야 회과자신의 여정이 마무리된다.


드디어 10시 40분. 자매는 회복의 땅 바르셀로나에 내려졌다. 조심스럽게 발을 딛는다. 회개하라, 천국의 저희의 것이다.  
 


바르셀로나 역 광장 옆에서 만난 유로라인 사무소. 네온 가득한 따스한 웃음을 지으며 우리를 바라 보고 있었다.
 



Posted by 오모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가온

    텬로력뎡 pilgrim progres, John Bunyan, 유불선적인 분위기의 첫번째 번역소설.
    천로역정, sisters progress, 오모가, 유기독선적인 분위기의 몇번째인지 알수없는 여행소설.

    2011.04.18 10:42 [ ADDR : EDIT/ DEL : REPLY ]
    • 온/어린 시절 주일학교에서 천로역정이라고 하루종일 무슨 코스를 따라서 이런 저런걸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 인간은 무슨 죄를 그리도 많이 진걸까 매우 무겁고 어두웠던 느낌. 염장 된장 윤색을 위해 아전인수를 하느라 죄가 늘어나고 있는 건 아닐런지. ㅋㅋ (파마머리 사진 봤어. 굳쟙!)

      2011.04.18 19:14 [ ADDR : EDIT/ DEL ]
  2. 오매만담 듣고 싶다~ 얼른 와서 나도 냉면사주삼

    2011.04.19 09:38 [ ADDR : EDIT/ DEL : REPLY ]
  3. 크크큭. 어메이징한 두 자매. ㅎㅎㅎ

    2011.04.19 16: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비밀댓글입니다

    2011.04.20 13:20 [ ADDR : EDIT/ DEL : REPLY ]
  5. 오매의 3개월 여정을 다 들으려면 거의... 대하장편소설 수준이겠지? ㅋㅋ 난 어제 여주가 아닌 이천의 온천에 다녀왔어. 여주 엠티 갔던거 생각나더라.. 킄 얼릉 와서 엠튀 가자!

    2011.04.21 18: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효효

    아 그리운 바르셀로나.. 세비야와 말라가 그라나다도 가봐야하거늘~~ ㅎㅎㅎㅎ

    2011.04.26 19:36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