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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01 합정엔 앤덴, 몽펠리에엔 la Mer가 있다 (13)
여행2011. 4. 1. 05:54


합정에 15가 있다면, 이라고 쓰려다 앤덴으로 고쳐썼다. 15를 마음속에서 버린지 오래니라. 앤덴은 2010-11년 겨울 상담소 책 작업을 함께 했고, 스위스에서 돌아온 가온을 처음 영접한 곳이며, 윤주가 소설읽기모임에는 미래가 없다고 선언한 곳이자, 녀름이 태국 손님들을 막 공항에서 배웅하고 돌아와 땀 흘려 번 태국과자를 나눠주었고, 김영하 논쟁 뒷다마가 펼쳐졌으며, 어쩌다 당고의 숨겨진 트라우마 스토리를 얻어 듣게 된, 갠적으로 아버지의 노후계획을 청취하기도 했던, 뜻깊은 나름의 아지트다.

몽펠리에에는 아직 그런 곳이 없다. 쏘녀에게 "여긴 합정 까페 같은 곳은 없나?" 라고 물어봤을 정도로 뭐랄까 '홍대'와 '합정'틱한 아늑, 아기자기, 정성, 무릎담요, 리필, 쿠폰으로 가득한 인테리어 쩌는 그런 곳은 거의 안보인다. 다만 거친 까페 의 원형들이 거리에 널려있다. 손쟁반에 10개잔과 영수증, 잔돈을 가득싣고 테이블 사이를 나르는 빨갛고 초록의 앞치마를 두른 웨이타, 작은 잔의 에스프레소, 꺄풰보다 더 많이 주문하는 잔 맥주들, 왼뺨 오른뺨 세번씩 (빠리는 두번이라는 소문이) 뽀뽀하는 사람들. 참, 핸드드립 같은 건 집에 가서 먹어야 한다.

구글 검색으로 몽펠리에에 G&L 까페가 어딨는지 알아봤다. 빠리에는 어디있는지, 부다페스트에는 어디있는지도 알아봤다. 빠리에는 무서운 60대 B 사장 언니님께서 파이프를 입에 무시고 무지개 깃발 앞에서 주먹을 움켜쥐신 사진의 가게가 있는 듯 하다. 부다페스트에는 지역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고아한 레스토랑 겸 까페가 있는 것 같고, 그리고 몽펠리에에는 시끌시끌한 G 클럽이 하나, 그리고 이곳 Cafe de la Mer. 오늘 일찍 퇴근한 쏘녀와 슬슬 산책해 가봤다.


몽펠리에 경시청 앞에 떡하니 자리잡은 Cafe de la Mer. 너른 마당에 드문드문 펑키한 헤어스타일의 형님과 언니들도 보이지만, 여느 까페와 다르지 않다. 할머니 할아버지 커플, 셰퍼드와 함께 한 아이폰 유저.. 남녀노소가 햇살을 즐긴다. 합정동에서 처마없이 자유롭게 햇살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이상한 대형 화분 가득한 그 패밀리마트 정도 밖에 없는 것 같은데..  


무지개 깃발과 코카콜라. 콜라와 게이문화 사이에는 연이 많은 듯. 잘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어느적 과거;;) 게이를 타켓으로 마케팅을 하면서 직원 다양성 지원 프로그램도 적극 펴고, 코카콜라는 유명한 게이 예술가와 콜라보레이션 하여 한정판도 판매하고 (병뚜껑 핑크색;), 펩시는 게이팬을 지지층으로 거느린 마돈나를 모델로 쓰는 등. 팬픽에는 왜 그리 콜라 얘기가 많은 것이냐;; 나중에 누구에게 좀 자세히 알려달라고 해야지.


까페에서는 모름지기 뒷다마 수다를 떨어야 한다. 홍대나 합정에는 여러 업계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니 특정 주제에 따라서는 인물 이름을 작은 목소리로 혹은 이니셜로 언급해야 한다. 그러나 들을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이상하게 뒷다마 할 일도 없다. 쏘녀의 연구소 동료들은 모두 착하고 성실하기만 하시고, 딱 한 사람 어설픈 스킨십과 무매너로 눈총을 좀 받을 뻔 했던 한 연구생은 비지팅을 마치고 그리스로 지난주 돌아갔다. 뒷다마 좀 해보자고 했더니 쏘녀는 그의 이름 조차 기억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공부나 하자.


아이디어는 많으나 논문으로 써내는 것을 무척 싫어하고 미루기만 해왔던 쏘녀는 요즘 나의 스파르타 감독 하에 맹렬 정진하는 중이다. 이번주에 두 개를 쓰기로 했는데, 왜인지 하나만 쓰고 있는 것 같다. 이럴 경우 몇 단계 제재조치를 가하기도 한다. 피아노-게임-드라마 시청 금지... 마감 부진아로 살아온 내가 누군가의 마감을 감독해도 되는 걸까. 도둑이 도둑을 잡을 수 있다며 대도 조세형을 에스원으로 스카웃해온 이건희가 떠오른다. 당연히 나도 잘 할 수 있다. 흐흐. 참 조세형 아저씨는 이듬해 다시 절도하셔서 <그곳>으로 다시 가셨다.     



꽃가루 날리기 시작한 3월의 마지막날, 사람들은 끈나시 노출을 개시했고 나는 까페 라메흐와 얼음 음료를 개시하며 독서 삼매에 다녀왔다. 한마디도 청해가 안되고, 읽을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곳에서 한국어로 된 책을 읽고 있으면 내가 바보가 아니라는 것, 나름 고도의 인지력을 가진 인간이라는 사실에 안도하며 갑자기 세네줄씩 속독을 하게 되는 것이다. 참 오버스럽지만 어쩔 수 없다. 

 
Posted by 오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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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11.04.01 16:25 [ ADDR : EDIT/ DEL : REPLY ]
  2. 첫문단 쓰면서 파리는 여자였다가 떠올랐다면 과한가? 떼로 몰려다니는 건 중요한 것 같아 그 추억으로 10년 쯤 살지도 모름. 레자**는 무척좋을 것 같은 아지트인데 홀분위기는 어떨런지? ㅎㅎ

    2011.04.01 18: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크크크. 재밌다 이 포스팅. 그나저나 지금 제정신이야~네가 남을 감독할 깜냥이 된다고 생각하는거야? ㅋㅋㅋㅋㅋ 밥통 하나 딸랑 들고 간 너를 받아준 언니에게 충성해야지. 언니의 충견이 되렴. ㅋ

    근데 언니 노트 필기샷 마음에 들어. 역시 필기 오덕들은 저런 사진을 좋아하는 듯. ㅋ 아!! 그리고 내가 얼마전에 소설모임에서 컬쳐샥(네가 좋아하는 단어지 아마. ㅋ) 겪은 거 모르지? ㅋㅋㅋㅋㅋㅋ 쫌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지. 나중에 귀국하면 말해줄께. 나 까먹을 수도 있으니 나중에 꼭 상기시켜줘. ㅋㅋㅋ

    2011.04.01 21: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el24/저 손가락에는 굳은 살이 항상 있는 거지 오덕인증 ㅋㅋ 언니가 어제는 잘난척 그만하라고 반격을 시작했어 위기사태

      2011.04.04 03:34 [ ADDR : EDIT/ DEL ]
  4. 가온

    합정동 엔덴으로 검색한 사람이 보고선, 으잉? 하겠다.ㅋㅋㅋ / 조세형 되었구나. 축하해. (응?) 그래도 결국 큰손님(대도)하겠다는 거지?
    한국돌아와서, 푸코의 책을 읽고 감격했던 기억이 난다. 마른 논에 물 대듯 얼마나 재미있던지. 푸코는 불어로 썼겠지만은./ 머리가 많이 자랐네.ㅋㅋ

    2011.04.02 00:42 [ ADDR : EDIT/ DEL : REPLY ]
    • 가온/언니가 이건희가 되면 나도 대도가 켁 ㅋㅋ 머리는 두달후 어깨까지 가겠지 초딩 이후 처음으로 흐흐

      2011.04.04 03:36 [ ADDR : EDIT/ DEL ]
  5. 덧버선

    우왕 부러워! ㅎㅎ 왠지 저 카페에서 원고들을 쓰고 검토하고 있을것 같다. ㅋㅋ그런점은 합정과 유사! 난 바쁜 가운데 짬내어 놀고있어. 캬캬 바쁠때 더 놀게되는건 왤까!

    2011.04.02 20:14 [ ADDR : EDIT/ DEL : REPLY ]
    • 덧버선/짬짬이 계속 놀아. 많이 놀아. 맛있는 거 좀 많이 먹어. (돈 없으면 내 이름으로 외상달아놓아 왕사발)

      2011.04.04 03:37 [ ADDR : EDIT/ DEL ]
  6. 비밀댓글입니다

    2011.04.04 17:14 [ ADDR : EDIT/ DEL : REPLY ]
    • 비밀/청와대 어쩌구 막장글 그 사람? 허걱. 출판계 물은 안 흐려졌으면 좋겠다.

      2011.04.05 20:39 신고 [ ADDR : EDIT/ DEL ]
  7. 비밀댓글입니다

    2011.04.05 13:44 [ ADDR : EDIT/ DEL : REPLY ]
    • 비밀/흠. 지난번에는 수익금으로 '파티'했다고 하지 않으셨나. 근데 그걸 다 해결해서 줘야지 중간과정을 공개하면서 이 사람에게 떠넘기면 으떡하나 나원참.

      2011.04.05 20:37 신고 [ ADDR : EDIT/ DEL ]
  8. http://comingout.or.kr/2011/04/11/%EB%8F%84%EC%8B%9C-%EC%9D%B8%EA%B5%AC-%EB%8B%A4%EC%96%91%EC%84%B1%EA%B3%BC-%EC%B0%BD%EC%9D%98-%EC%A7%80%EC%88%98%EC%97%90-%EA%B4%80%ED%95%98%EC%97%AC/

    2011.04.12 20:05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