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2011. 6. 25. 01:39


구원이 왼쪽 눈 옆에 작은 멍울이 생겼던 것은 작년 겨울 쯤이었던 것 같다. 내 손톱의 1/5 크기였으나 분홍색에 털이 나지 않아서 벌레에 물렸나, 발톱으로 긁다가 난 상처인가 갸웃했다. 생겼다는 거 말고는 다른 증상은 없어보였다. 올해 3월 초 친구에게 구원이를 맡길 때 쯤, 멍울은 내 손톱의 1/3 크기가 되어 있었다. 누가봐도 한눈에 딱 보이는, 약간 도드라져 작은 언덕이 된 모양. 6월초 여행에서 돌아와 다시 만난 구원이의 멍울은 어느덧 내 손톱의 1/2. 게다가 핏방울도 작게 맺혀있는 모습이었다. 

은평구 신사동 늘푸른동물병원 구원이 주치의에게 달려갔다. 멍울의 발생시기는 조작보고 되었다 "이게.. 올 초에 생긴건데요..." 선생님은 <고양이 피부병> 두꺼운 책을 펼치며 두 가지 가능성을 설명했다. 일단 이것의 이름은 '종양'. 종양(tumor)은 신체조직의 자율적인 과잉성장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자라난 덩어리란다.

가능성 1) 비만세포종. 고양이 피부종양 중 15%에 해당.
              다른 곳으로 전이되며, 림프절에 전이되었으면 4년 이상 생존율이 30%..
              비장에서부터 자라나는지 초음파로 비장을 체크한 결과, 종양이 없었고, 몸 다른 부분에서도 없었다.
              
가능성 2) 조직구종. button tumor라고도 일컫는데, 구획한계가 명확하고 1-2cm 지름으로 볼록 솟은 모양이기 때문. 
              발생원인은 잘 알 수 없으나, 전이되지는 않고 흔히 3개월 안에서 자연적으로 소멸된다. 
              3개월 지난 후에도 없어지지 않으면 외과수술로 절제해야 한다.

조직구종이라고 결론지으신 선생님께, 그럼 소멸되었었을 아이이고, 전이되지 않는다면 절제하지 않고 두어도 되지 않냐고 물었다. 무위자연론에 빠져 수술거부를 고려하고 있던 집사에게 선생님은 단칼에 "제거해야 합니다" 라고 교시. 결국 마취전 검사 (피검사로 당, 신장기능, 간기능, 전염병 여부 등을 체크하는 것) 를 하고 나서 마취 후 수술장에 들어간 구원이. 나와 놀던 아이가 두 눈을 뜬 채 온 몸이 축 늘어져 마취되어 있는 모습은 또 봐도 식겁스럽다.

10분간의 수술로 종양을 다 제거하고 (눈에 보였던 면적보다 훨씬 큰 크기), 일곱 바늘 정도 꿰맨 캐리비안의 구원뎁이 실려나왔다. 눈은 최대한 안 건드렸으나, 눈매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하셨다. 칼라를 사서 씌웠는데, 서서히 마취에서 깨어나는 구원이가 가려워 미치겠는듯 초점 잃은 눈을 향해 발톱을 휘저어댔다.

 

수술한지 사흘 째, 구원이는 그새 칼라를 세번이나 떨구고 발톱으로 실밥을 할퀴는데 성공. 세번째 땀과 네번째 땀 사이에 구멍이 나고 피가 맺혀있다. (병원에서는 2주간 아물거라며 괜찮다고;;) 안연고 바르기는 일곱번 시도했으나 두번쯤 성공. 칼라를 처음 써봐서 그루밍도 못하고, 밥도 물도 먹는데 불편하기 짝이없고, 돌아다니다가 계속 부딪히고 있다.

그러나 올바른 간호는 환자를 불쌍히 여겨 그가 금계를 살짝 어기도록 망을 봐주는 게 아니다. 얄짤없이 치료와 회복을 위한 원칙을 수행하고, 그 외에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는 것. 빗질 천번, 엉덩이 두드려주기 백번, 안아주기 열번씩 하고 있자니 구원이는 칼라의 불편함을 잊어가는 듯 팔에 기대고 무릎에 누워 늘어져라 놀기 시작했다. 수술한 니가 너무 짠하고, 수술하게 한 내가 미안하고 그런 건 다 필요없고, 얼마나 간호를 잘하는 가가 중요하다. 그러고보니 구원이만을 위해 시간을 내고, 구원이만을 빗기고 쓰다듬고 안아주고 놀아주며 집중한 시간이 얼마나 되었나 -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꼭 붙어있어야 구원이 짼 살도 꼭 붙는다. 2주의 간호일정. 정성을 쏟다가 중도에 멈추면 구원이는 처지를 비관하여 칼라를 찢어버리고 눈가를 할퀼 지도 모른다. 더 나쁜 상황으로 돌아가게 되는.. 후덜덜.. 정성을 잘잘잘 계속 잘 쏟는다면? 더 빠르게 회복될 지도 모른다. 여튼 병보다 간호가 중요하다.  


Posted by 오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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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11.06.25 11:10 [ ADDR : EDIT/ DEL : REPLY ]
  2. 구원아........빨리 나아!! 간지러워도 쫌만 참아!! ㅠ_ㅠ 이모가 응원하고 있을께~!!! 구원이 홧팅!

    2011.06.25 14: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구원이도 ㅜㅜ아아 우리냥이도 아직 재채기함 하아 동물생협이 필요해...

    간호만큼 힘든 게 없는데 잘하고 있어!!힘내 오매ㅜㅜ

    2011.06.25 15:05 [ ADDR : EDIT/ DEL : REPLY ]
    • 동물생협 정말 원츄.. 기존 의료생협에 의원이 추가될 수 있을까 과연. 따로 설립되어야 하겠지 반려인을 중심으로 ㅠ

      2011.06.26 00:32 신고 [ ADDR : EDIT/ DEL ]
  4. 덧버선

    에구 구원아얼른 나아랏 ㅠㅠ

    2011.06.25 21:50 [ ADDR : EDIT/ DEL : REPLY ]
    • 2주가 길게 느껴지는데 일단 주말까지 어렵게 왔습니다. 아자, 고마워, 덧님도 파이팅.

      2011.06.26 00:33 신고 [ ADDR : EDIT/ DEL ]
  5. 에구, 쌩하니 온 집안을 휘젓던 아이가 저리 처져있으니. 얼렁 나아 구원아.

    2011.06.26 06: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비밀댓글입니다

    2011.07.02 06:19 [ ADDR : EDIT/ DEL : REPLY ]
    • 비용/마취전 검사, 수술, 약(안연고, 내복약) 합쳐서 12만원 정도였습니다.

      2011.07.02 10:09 신고 [ ADDR : EDIT/ DEL ]
  7. 3333

    저희 아이 눈 위에 비슷한 멍울이 있습니다.
    처음 발견했던 게 07~08년 정도로 기억하는데 당시 저도 검색하다 비만세포종까지 검색이 되었더랬는데, 병원에선 크기가 더 커지면 데리고 오라고하더군요
    하필 위치가 눈 바로 위(털 없는 부분)라서 가급적 굳이 필요하지 않다면 제거수술까지는 생각하고 싶지가 않았어요. 그리고 그 멍울과 멍울바로옆엔 털이나지 않지요
    크기는 지름이 약 0.5cm쯤 되지 않을까 하는데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커지지 않고 그대로예요.
    근데 오늘 아이의 등허리쪽에 약간의 우둘두툴한 돌기같은 게 만져져서 불을 켜고 털을 헤쳐보았는데 크기는 0.2cm정도 되는 눈위의 돌기와 똑같은 느낌(말랑말랑 피부색과 같음. 피부안쪽에 생긴것아님.)의 멍울이 또 있더군요 역시 그 주위는 털이 없고요.
    일단은 가려움증 통증없고 멍울이 자라지 않는지라 수술적 방법은 동원하지 않으리라 마음먹고는 있는데, 착잡하네요.

    2011.10.17 04:25 [ ADDR : EDIT/ DEL : REPLY ]
    • 최근에 하나 더 생겨서 무척 걱정되시겠네요. 병원에서 초음파로 비장을 살펴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비장이 깨끗하다면, 혹은 림프나 다른 곳에 전이된 흔적이 전혀 없다면 - 그 다음에 지금 있는 두 개를 절제할지 말지는 알아서 선택하셔도 될 듯 하고요. 비만세포종이 어느 정도의 기간동안, 어느 간격으로 진행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모쪼록 아이가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길 바랄게요.

      2011.10.19 11:33 [ ADDR : EDIT/ DEL ]
  8. 최두리

    안녕하세요 저희냥이도 님냥이와똑같은 증상입니다.
    눈위털없는부분에 뭔가뾰족한게 사람여드름과똑같이나잇고 핏멍울이져잇더라구요
    생긴지는 좀됫는데 처음엔그저 분홍색으로 점찍어놓은듯 나잇어 신경쓰지않앗는데 몇달후 보니 저렇게되잇더라구요
    또 코옆에 그러니까 눈밑 에도 겉으론털때문에보이진않지만 자세히보니 비슷한게나잇엇습니다
    전화해보니 종양일수잇다고하더라구요..
    그래서내일 병원갈예정인데 너무걱정됩니다..저희아이와증상이너무똑같아 내심 종양이아니길 바랫지만 왠지종양인거같네요..

    2012.01.07 20:26 [ ADDR : EDIT/ DEL : REPLY ]
    • 핏멍울 보면서 가슴 철렁하셨겠네요. 지금 생각해도 어흑 ㅠ.ㅠ 저도 처음 봤을 땐 그리 안 컸던 것 같은데 조금씩 커지고ㅠ.ㅠ 절제해야 할 수도 있는데 눈 옆에 바로 붙어있지 않기를 바래요. 경험 많으신 선생님께 보여야 할 듯 합니다.

      2012.01.10 09:41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