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2011. 6. 23. 01:19


엄마네 집에는 아직도 쥐가 나온다. 
"엄마 쥐 너무 미워하지 마~" 라고 말하면서도, 광에 들어가는 게 무서운 나.
"니가 살아봐 얼마나 기막힌지" 라고 말하면서도 심상하게 들어가는 엄마.


쥐나오는 낡은 집은 노이로제, 트라우마
아파트로 이사가는 게 평생의 꿈이라고 하루에도 열두번씩 말하면서  
마당에 핀 꽃을 거둬 신발장 위에 두셨네, 꽃순이 엄마  


꽃무늬 벽지만 좋아라 하면서 어찌 아파트를 욕심낸단 말인가. 아파트는 기하란 말이다
담장에 핀 장미를 가지째 추려 제일 사랑하는 김치냉장고에 두셨구만. '금상'첨화
저 작은 독은 겨우내 새우젖을 삭히며 마당에 묻어 두었던 머트리얼이란다.
 


"화병 좀 사지?" 해도 귓등으로 듣는다. 
화병값 아껴서 페트병과 하루라도 빨리 이별을 하려는 건지, 사실은 펫트병이 더 좋은 건지.
쥐마당인지 아파튼지, 당최 양단간에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네


내가 살면서 만나본 사람 중에서 
거의 제일 속물인데, 거의 제일 정신적인 사람
              보수적인데,            거침없는
              황금만능                홈메이드인
              의존적                   자존하는

엄마.

아파트 노래를 부르면서도, 쥐나오는 마당에서 노래하며 쑥갓과 미나리를 심는다
미래도 살고, 오늘도 살겠다고?
 
오늘의 결과가 내일이고, 내일은 또 내일의 오늘인 건가.
욕심과 승복이, 모으기와 버리기가, 억척과 수인이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인가? 
 
나는 짜증, 싸움걸기 아니면 감탄 존경이 양단간에 왔다갔다 하면서
가다 떨어지고 밑천이 드러나는데
엄마는 모든 것을 한데 모으고 통합시켜 나날이 선수가 되어 간다.


"엄마는 그래서 나에 대한 헤게모니를 행사하는 거 같아.. 엄마, 근데 헤게모니가 뭔 줄 알어?"
".......(뭐래니) ........ 그러니까 돈은 언제 벌거냐?"


엄마가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엄마의 미래의 오늘이 몹시 궁금하다. 
 
 
Posted by 오모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당고

    음-
    쥐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쥐를 집에서 쫓아낼 방법은 없는겨?;
    너무 낡은 집이어서 무조건 쥐가 나올 수밖에 없는 건가?
    구원이랑 참이 가지고는 택도 없겠지?

    2011.06.23 11:41 [ ADDR : EDIT/ DEL : REPLY ]
    • 예전 집에서는 정말 갖은 방법으로 쫓아냈었는데 (현장목격;;) 요즘엔 안그래도 동네 냥이들이 활약을 좀 하는 듯. 집 뒤곁에 사는 냥이 일가족이 살고 있대 ㅋ 근데 구원이 참이가 과연 쥐쫓기 출장알바 같은 거 할 수 있을까? 쥐 앞 에서 바들바들 ㅋㅋ

      2011.06.23 18:02 [ ADDR : EDIT/ DEL ]
  2. ".......(뭐래니) ........ 그러니까 돈은 언제 벌거냐?" <- 엄마가 들으면 "내가 언제 그랬어~" 하시겠는걸 ㅋㅋ
    엄마, 진짜 재밌는 캐릭터 같어. 그나저나 돈 벌어 쥐 안나오는 집 이사시켜드리는 건 우리 스펙으로는 불가능하겠지 -_-;;

    2011.06.26 06: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걸 알면서도 기냥 진언을 외우시는 것 같아서 인터셉트를 눈치껏 안하려고 함. 이 날 엄마는 "부모 형제 필요없다, 자기 생계는 반드시 자기가 책임져야" 주제로 강의하셨음.

      2011.06.27 02:33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