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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구경, 선물

여행 2009/03/19 03:06


얼마만에 해보는 여행인지. 울산 대왕암에 갔다.
다른 일로 갔는데, 막간 여행을 덤으로 선물받았다.



이 길을 지나며
동행한, 대왕암을 추천해주신 선생님께 "기대됩니다" 라고 했더니
"실망하면 어쩌죠" 라고 하셨다. 과한 겸양이었음이 밝혀졌다.



송림은 빼곡히 울창했고, 안쪽으로는 고즈넉한 산책길이 길게 숨겨져 있다.
대왕암 가는 길에는 송림과, 동백나무와, 벚나무 길이 함께 펼쳐져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완벽히 마크하는 곳이랄까.



동백 통꽃이 떨어져있다. 원래 동백꽃들은 나무 그루의 실루엣을 따라
그 아래를 고대로 채우며 굵은 점묘처럼 떨어져 있었는데 
렌즈를 잘 못들이대 주변 잔챙이들을 찍었다.
오른쪽에는 바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아직 얼마나 트여있는지, 어떤 휘몰아치는 바람이 부는지 가늠할 수 없는 것이
바다명소에 처음 다다르는 길이 주는 묘미이리라. (근데 왜 말투가 점점 고색창연;;)

 

저 등대로부터 한걸음씩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
굽이굽이 파도가 사이사이로 몰아쳤다.
특히 저 가운데 연주황색의 다리를 건널 때는, 내가 날아갈지도 몰라서
거의 난간을 붙들어야 했다.



이곳은 대왕암. 그러니까 문무대왕의 유언으로 수장했다는 유래가 있는 곳.
경주의 감포도 대왕암인데 한 곳에는 왕 한 곳에는 왕비가 있다고 하는 것 같다.
바다 속을 들여다보면 거므스름한 바위가 속에 묻혀있다. 저기가 그 수묘일까. 



동해안의 대부분의 바다를 구경해보았다는 동행님은, 이곳을 제일 좋아한다고 했다.
부산 바다와도 사뭇 다른데, 부산이 남해바다라면
이곳 대왕암, 울산 바다는 동해 바다다. 몰아치는 거센 파도가 압권이다.
정신머리가 없을 만큼 귓전을 때리고 바지로 다리를 휘감게 하는 바람, 파도.
서로 "춥지는 않으세요?" 연신 물으며 그만 내려가자고 청해야 하나 눈치를 봤지만
둘다 그만 두고, 그냥 광폭한 바람에 번뇌를 씻기로 했다



한 처자는 혼자 여행중인 것 같았다. 수년 전, 홀로 여행다니던 나는
한 곳에 우두커니 30분은 앉아있어야, 그곳의 풍경이 나에게 들어온다고 믿어서
엉덩이에 감각이 없어질 때까지, 혹은 광경속에 멍하니 들어가 어느덧 자고 있던 나를 발견할 때까지
십 수명의 관광객이 왔다 가고 왔다 사라질 때까지, 해가 질 때까지 
이런 자리에 머물고 있었다. 이 처자도 우리가 내려올 때까지 그 자리에, 머물고 있었다.

홀로 여행을 축원드리며 몰카샷 (뭔소리;; 죄송함니다 -_-) 



돌아오는 계단에서는 정말 몸 째 날아갈 뻔 했고, 겨우 무사히 뭍으로 돌아왔고,
바다가 온통 내다보이는 자리에 두 줄 객석 짜리 원형야외공연장을 꾸미고 있던 작업을 지나쳐
곳곳에 울산 12경이 숨어있는 산책로를 따라 걸어, 다시 송림으로
대왕암 관광지의 입구로 돌아왔다.

번뇌여, 너를 내려두고 온지 벌써 몇 시간이 흘렀는데,
밤바다가 춥지는 않느냐-



뭐시라? 비행기에 같이 탔다고?
제길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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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