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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소 동료들이 어젯밤부터 정신없이 후다닥 준비하여
분당경찰서 앞에서
고 장자연씨 죽음에 대한 기자회견을 한 오늘  (기자회견 후기 보기)

나는 아침 7시 비행기를 타고 울산에 갔다.
38세계여성의날 기념 울산여성대회 조직위원회에서 마련한
"성폭력을 다시 말하다" 강연회에 초청되었기 때문. 
(비행기가 착륙하려던 시간 정신없이 졸고 있던 나는 옆사람 인상을 찌푸리며 쿡쿡 찔러대는 바람에 깼다 
"벨 좀 꺼주세요"!!! 연쇄로 걸려있는 여덟개에 달하는 기상알람. 
아니 나는 어찌 알람도 없이 일어나 집에서 나왔단 말인가. 신께 무한한 영광을)

나를 섭외하신 활동가분이 속해있는 울산여성회는 
예로부터 내가 무척 궁금하고 신기하게 생각하던 곳이다. 
울산에 총 네 개의 구와 한 개의 군이 있는데 이 모두 그러니까 다섯군데에 지부가 있다.
전체 상근활동가가 50명에 달하고, 각 지부의 살림은 자력갱생.  
오늘 강의는 38여성대회 기념 강연이기도 했지만, 매달 한번씩 교육, 정치 등 강좌가 있는데
오늘은 100명이 넘는 언니들이 왔다. 나는 여성운동단체 '회원'들이 이렇게 모이는 걸 첨 봤다. 
좌중 사이에서는 용산 살인진압 관련 모금과 서명운동이 돌고 있었다.

지난 토요일 38여성대회 행사를 한 것도 듣자하니 보통 큰 손들이 아니다. 
안심택시 도입을 몇년 전부터 요구했는데, 이번에 민주택시연맹, 울산시와 삼자 협약을 하고
총 1,600대의 택시가 안심택시가 될 예정이다. 언니들은 택시기사 전체를 교육할 예정.
아, 울산지역 20여개의 여성폭력 상담소, 쉼터가 모여있는 협의회가 있는데
여기에서 성교육 강사양성을 매년하고 있고, 한번 워크샵을 하면 모이는 인원이 80명.
각 구마다 (민노당) 구의원도 거의 매번 배출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건 또 딴 얘기지만, 강의를 마치고 울산극동방송 '새시대 새여성'에도 출연했는데,
이 진행은 울산 YWCA회장이 맡고 있었다.

한마디로, 지역운동 역사가 매우 깊고, 울산 아주 곳곳에 이들의 손길이 배어있다.


 
그러나 이번 강의를 준비하고 나를 섭외하신 샘과 오후에 울산 투어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선 울산은 산과 바다가 기가 막히게 아름답게 둘려쳐진, 세계 유례없는 곳이다. 그런데,



반구대(원시그림이 새겨진 바위있는 곳, 가고 싶었다) 를 비추하시면서 추천하신 대왕암으로 향하면서
하나하나 발견되는 현대의 울산은 참, 다양했다.
아산로 : 현대에서 길을 닦아 나라에 헌납. "이 길은 ..로 ..를 일구신 정주영...의 고귀함을 기리고자" 
현대 미포조선 : 예전에는 하루에 몇장씩 계약서에 서명했지만, 지금은 몇 달째 서명 못했다고. 그러나 떼돈 버는 곳. 지금 당장 수주 없다고 해도, 재벌 망해도 삼년가는 곳
현대자동차 : 아반떼 말고는 생산라인 거의 가동안함. 특근 야근으로 벌이하던 노동자들은 기본급으로만. (150만원정도 차이짐) 예전 구조조정으로 많이 줄어들어서 2만명 정도 있는 듯 하다고 하시는데 비정규직 비율은 잘 모르겠음
현대중공업 : 이 곳도 아마도 조선업을 하는 곳. 

해안선을 따라 계속 계속 쭉쭉 있는 현대의 담장 너머 공장 벽에는 이런 글귀가 써 있었다.  


이러한 정신으로 무장한 현대는, 울산 곳곳에 더 미세하게 퍼져 있었다. 
어떤 교차로에 서면, 왼쪽에는 현대백화점, 앞에는 현대호텔, 뒤에는 현대청운고등학교, 옆에는 현대홈타운
또한 대대로 중공업이 있는 동구 지역구는 몽준 회장님이 당선되셨는데, 
과장 부장급 이상은 선거철에 선거운동으로 업무를 대체하시는 것 같다.
이번에 정 '동작 을' 지역구 의원은
80만원이라는, 의원직 상실을 근소한 차이로 면하는 형을 선고받으시고
가볍게 뉴타운 공약을 발로 차버렸는데 
(뉴타운 空약이 유권자에게 피해준 거 없다는 재판부는 세상돌아가는 거 너무 모르시더라)
울산 동구의 그 빈자리에는 몽준님 사무장 하던 분이 의원직을 대물림했다. 
울산에 하나밖에 없는 대학인 울산대도 현대가 소유. 
촛불 때 컴백한 2009년 운동성향 학생회를 제외하고는 대대로
반운동권이 총학생회에 당선되었는데, 이들에게는 재단 핫라인이 있다. 


 
한 기업이 도시 그 자체인 곳, 도시 인구 전체로 공장을 가동하는 도시,
그런 도시에서 나는 시장을 본 적도, 아이를 키워본 적도, 대학에 가보거나 일해본 적도 없다
재벌기업은 수조의 공적 자금을 투석해서라도 살려야하는 국가의 기간이고
우리가 잘되는 것이 곧 나라가 잘되는 길인 그런 게 모토인, 모두의 이해관계인 도시.
그런 도시에서 풀뿌리 운동을, 지역운동을, 여성운동을, 노동운동과 진보정당 운동을 한다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마지막으로 헤어질 시간이 되어 중공업 정문에서 내려달라고 했다.
스쿠터 퇴근의 장관을 눈으로 보고 한장 찍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선생님은 사랑의 열매 봉고차를 정문에서 비켜서 세우며
"저 사람들 정말 나빠요, 정말...몇 년째 싸움을 못하다 보니까 진짜.."
하고 팔각 정문 수위실의 경비 직원들을 턱짓했다. 
얼마나 많은 싸움이 여기서, 거기서 있었을까 싶었다. 밥꽃양의 장면들도 떠올랐다...

 

여튼 나는 오늘 성폭력의 공포에 대해서 이야기하러 울산에 갔는데,
다른 공포를 조금 입고 왔다.
이번 재보선을 준비하느라 바쁘다는 선생님께 공항에서 메일로 인사를 남기고 돌아왔다.
현대공화국에 이골이 난 사람들, 그러나 누구보다 울산을 사랑하고 뼈를 묻어온 사람들.
그들이 행복하게 운동하고, 승리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ps. 경비직원 앞에서 좀 개기다가 맞은 편에 보니, 두 양복 청년이 작은 걸 열심히 나눠주고 있었다.
     앗, 혹시 민노당이나 진보신당 예비후보? 만원이라도 후원해야겠다, 뭔가 흥분하여 길을 건넜고
     먼저 건넌 사람들이 다 받고 갈 때까지 천천히 걸어 한분 앞에 섰다! 드디어 나도 받았다 
     포스트잍이었다. 동양증권 CMA 야간 상담 개설. 
     꼴통 운동권의 기운에 젖어있는 나를 꾸짖은 CMA.

ps2. 밥꽃양의 식당여성노동자는 현대 정규직 노조의 탄압을 받았었다. 대공장 정규직 노조는 현재도
       비정규직 배제적이며, 유럽에서 보면 대학생, 실업자와도 연대하지 못하기도 한다. 
       정규직 남성노동운동과 강력한 연대의 망을 이루고 있는 울산의 여성운동단체들.
       민주노총 성폭력에 대해 묻자 매우 어렵고 복잡한 마음이라고 솔직한 심경을 들려주었다.
       할 수만 있다면- 모든 싸움을 다 응원할 수 있을까. 싸우고 있는 모든 사람과 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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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