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스탠드를 켜고 침대에 누워
일기 네줄을 썼다. 앞으로는 수식어도 서술어도 제대로 없는
네 줄로 게워내고 하루를 마감해야지
그리고 무릎꿇고 기도를 했다
여기까지 오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에게 지난 시간을 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제가 정신 못차리고 허덕이지 않게 도와주시고
정신 못차려도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한 줄 또렷이 느끼면서 그곳을 향해가게 해주세요
11월 1일
새벽기도 가셨을 아버지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오늘 첫 출근이에요, 하자 아버지가 속삭여주신다 축하한다,
근래 맨날 싸우던 아버지가
감사했다
이 새벽에 전화를 받아주는 부모가 있어서 참
감사했다
그리고 6시
형광등을 켜는 수영장 밖에서 기다리다가
화목 반 등록했다
내가 너무 운동매니아처럼 오바하나
어젯밤의 수줍은 고민은
준비운동이 끝나자 하수구로 빨려 들어갔다
스무명 정도의 선 수 들이
연두색에 AM6라고 찍어 맞춘 수모를 모두 같이 쓰고
자유형 150 평영 150 잠영 100 스타트-접영75*3
스타트-자유영75*3 스타트-평영 75*3
스타트-접영 25*3
이걸 55분 동안 1초도 쉬지 않고 돌았다
나는 어땠느냐
처음에는 공포가 밀려왔다
온 몸이 수영장은 놀러 오는데지 왜 이래! 놀랐다
배우 조진웅 닮은 코치는 물 밖에서 소리를 지르고
수경에는 물이 들어차고
입에서는 침이...
팔은 무거워져만 가고...
그런데 절망에 빠져가던 나에게 찾아왔다
그분이 45분경.. 스위머's high
스타트하고 자유영을 하며 앞 언니를 쫓아가는데
몸이 가벼워지면서 팔다리가 안 느껴졌다
이거 뭐지
이 마법은
믿을 수 없어
갑자기 스파르타에 중독될 것 같다는 예감이 느껴지고
마음 속에 한 줄기 희망이
결국 마지막 접영 숏텀에서
다시 약간 좌절
다같이 인사를 하고 나는 멍하니 물속에서
이 짧은 55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나를 들었다 놨다 한 이 강렬한 55분에 대해
샤워를 하고 나와
카운터에서 맡겨두었던 회원증과 신용카드를 찾는데
문득 내 입이 열렸다
"매일 끊으면 얼마에요?"
포스팅을 하고 있는 나의 상태는 지금
...........
......
온 몸과 머리에서 혼이 나가고
15만원은
택시를 몇 번 안타면 되는 액수인지
계산중
히히
정신차리자
한달에 10만원 이상을 운동에 쓰는 건 내 처지에...
왜 안되나. 핸드폰을 없애면?
각설.
요새 하루하루가 너무
다이나믹해서
정신이 없다
감당하기 어려운 자극들
아 참. 내가 욕심이 많은가..
오늘도 조용히 11월 1일을
기념하고 묵상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스파르타에 침을 흘리게 되었다
다시
좌정하자.
마음을 내려 놓고,
오늘도 좋은 하루 되사이다.

